2014년 4월 2일 수요일

하루를 멍하게 보내기

밤이 깊어가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잠자리에 들기 싫다. 술이라도 먹은 날은 날이면 술기운에 취해 바로 잠들어 버리기도 하지만, 맨 정신으로 집에 돌아온 날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면 서너시가 되어 있기 일수이다.

이렇게 하루를 멍하게 보내기는 시작된다. 새벽 서너시쯤 잠이 들면 머릿 속에는 과연 아침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온갖 잡생각들로 인하여 제대로 잠들지 못 한다. 네다섯시가 되어서야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면 불과 서너시간 후 탁상시계와 핸드폰의 알람이 한창 꿈 속을 헤메고 있는 나를 깨운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핸드폰을 바라보기를 여러 번 결국은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부랴부랴 세수를 하고 대충 옷을 주서 입고 출근길에 나선다. 

비틀거리며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걷고 걸어 간신히 지각을 면하는 수준으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의 전원을 켜놓고 너털거리며 커피믹스 한 잔을 손에 들고 옥상으로 향해서는 담배를 연달아 두 개피 정도를 피우고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잠에서 깬지 얼마되지 않은 나의 뇌는 그다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멍하니 작성해야할 보고서며, 이런저런 업무들을 바라보다 보면 하는 일없이 오전 시간은 사라진다. 

점심식사 후 몸은 나른 하고 작성하던 보고서의 글씨들이 흐릿해 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오후도 어영부영. 그런 나태함에 지칠 무렵이면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하고 갑자기 아이디어들이 샘솟으며 업무처리 효율이 높아진다. 남들이 다 퇴근하고도 혼자서 '일하는 척'을 하며 8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한다. 

- 언제인지 알 수 없는 2013년 어느날